독후감을 시작하며 먼저 천명관 작가의 고래는 책의 흥미를 다시 찾고 싶은 지인들이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가장 먼저 권하는 책중에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이유는 책이 재밌다. 진짜 재밌다. 처음 도서관에서 이 책을 집었을때 일주일동안 열심히 읽으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날 저녁에 읽기 시작해서 밤을 새고 점심이 될때까지 책을 놓지 못한 기억이 있다.
과거 국어시간에 어떤 책을 평가할때 그 주제가 얼마나 좋고 잘 표현됐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친 선생님들한테 이 책을 읽혀드리고 물어보고 싶다: 이 책이 주제가 있는지, 없다면 그래도 이 책이 좋다고 생각하는지. 매우 메타(meta)적인 말이지만 이 소설은 놀랍겠도 단순히 정말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줌과 동시에 이야기의 잠재적인 힘을 주제로 삼는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유일하게 이 소설의 주제를 하나로 볼 수 있는 방법일것이다. 그 이야기가 뭔지 물어본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매우 난감할거 같다. 자신이 소년일때 사랑에 빠졌던 미인을 얻기 위해 한평생을 야쿠자의 우두머리가 되는데 소비했다가 지나간 시절과 같이 사라진 여인의 미를 보고 좌절하는 남자의 이야기? 초인적으로 큰 몸을 가지고 태어난 벙어리가 억울하게 옥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고들 (필자는 이 부분에서 굉장히 많이 운 기억이 있음)?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서 우연히 서부영화와 커피를 사랑하게 되고 그 마을에 전례없는 변화를 불어오는 젊은 여자의 이야기? 이 외에도 너무도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들이 다른 이야기들의 끝을 겨우 이어가며 한편으로는 아슬아슬하게 진행된다.
주의를 줘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 소설이지만 가장 주의를 주고 싶은건 이 이야기에는 초인적인 일들과 등장인물들이 있다는 점이다. Carlos Fuentes 같은 초현실(hyperrealism) 작가의 소설들을 많이 접해본 필자는 별로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즐겼지만 지인이 현실과 거리감이 느껴지며 몰입감이 떨어진다고 했다.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독후감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에 나오는 초인적인 요인들이 아예 말이 안된다기 보다는 세상에 있을수 있지 않을까 정도의 기이한 일들이며 그게 거슬리더라도 이 소설을 읽다가 포기하기에는 너무 사소한 사유라고 생각한다. 또 인지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는데 이야기들이 너무 여러방향으로 튀면서 확실한 주인공이 없이 진행된다는 불평도 많이 들었다. 여기에는 개인적으로 공감하기 어렵다. 물론 서사의 큰 부분이 인물탐구가 될수가 있으나 이 소설의 이야기는 이야기를 위해 등장인물들이 있는거지 그 반대인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걸리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힘은 실로 대단한다. 우리가 과거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는 수단이며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지식으로 미래를 살아가기도 한다. 모든 이야기가 똑같진 않다. 같은 일에 대한 다른 이야기들은 정확도, 흡입력, 묘사하는 정도등 다른 모습을 할수도 있다. 심지어 똑같은 이야기는 듣는이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식을 파생시키기도 한다. 우리 삶에 너무도 당연하지만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중요한 이야기 (narrative)라는게 무엇인지 멍때리며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 천명관의 고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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