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IVER

Book Reviews

Korean Book – English Review

Author: taniver

  • 소년이 온다 독후감

    사실 소년이 온다가 1980년 5월의 광주를 소재로 담은 책인지 모르고 샀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크고 작은 충격을 받았고 희랍어 시간을 읽으면서 미국으로 이민와서 영어를 배우던 때를 회상한 기억이 있다. 그러기에 군인들을 피해 중학교를 등하교 하던 부모님 사이에서 미래에 광주에서 태어난 내가 이 책을 읽는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서순을 따른게 아닌지 싶다. 책표지 뒤에 한 문학평론가가 말하듯이 5.18을 소재로 다룬다는 사실 자체가 그 작가의 역량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소재를 다룬 문학작품들은 물론이고 여러 종류의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나왔다다. 그런데도 단순히 ‘이 소설은 다르다’라고 하고 싶진 않다. 틀린말은 아니다; 이 소재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단지 이렇게 말하면 다른 독후감들과 다를바가 없고 무엇보다 재미없으니 좀 더 주관적인 내 시점에서 이 책을 풀어나가고 그 과정에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종종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처음 이 책을 끝까지 읽었을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소설 마지막에 있는 에필로그라고 지금 생각해본다. 스토리와는 관계없는 단순한 ‘작가의 말’ 같은 부분이라고 처음에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였다. 한강이라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시선으로 바라 본 민주운동, 뒤이은 파동, 그리고 이 소설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들은 참담했다. 그 과정들을 담는 과정을 책에 포함한걸 작가로서 훌륭한 작품의 일부를 만들었다고 말하기에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같이 사회의 거울을 비춰주는 사람이라면, 특히 그 주제가 5.18 민주운동같은 인류의 아픈 역사를 소재로 사용한다면 가져야하는 사명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정말 고마웠다. 소설의 주인공의 모티브가 되어준 동호(모티브가 된 실물의 인물과 동일한 이름 사용)의 형과 이야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밤 작가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표연했다:

      “깜빡 잠들 때마다 그 학원 앞 밤거리로 나는 돌아가 있다. 열다섯살의 동호가 건너가지 못한 나이의 훤칠한 고등학생들이 내 어깨를 스쳐지나간다. 아무도 내 동생을 더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야 합니다. 심장을 누르듯 가슴 왼편에 오른손을 얹고 나는 걷는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도 책을 읽었을 당시에 작가를 지망했던 사람으로서 글을 쓴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한번 생각한 기억이 있다. 작가로서 역사적 일을 모티브로 쓴다는 일이 그 일에 영향을 받은 모든 영혼들의 무게를 짊어지고 펜을 드는 일이란걸. 한 낮 내가 끄적이는 글자들이 그 영혼들한테는 단순한 소재에 지나지 않고 그들의 고귀함을 담아내는 엄격하고도 괴로운 일이라는걸.

    소설의 시점은 매 장마다 바뀐다. 그 중에서 가장 특이한 시점은 책의 첫번째 장인 ‘어린 새’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있을수도 있지만 내 기억으로는 소설을 2인칭 시점으로 읽은건 처음있는 일이였다. 이 장은 독자를 동호의 시점 앞에 세우고 스토리를 진행한다. 나는 이게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 읽는이들이 등장인물처럼 느낄 수 있는 1인칭 시점의 소설들은 많이 존재한다. 얻는 정보는 부족해도 그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스토리를 볼 수 있는 1인칭 시점은 상당히 보편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소년이 온다’처럼 2인칭 시점으로 서사를 이어가는 소설은 정말 드물다. 2인칭 시점으로 서사가 진행되기에 읽는 이들은 자신의 존재가 작가에 의해 정해지는데, 많이 쓰여지지 않지만 트라우마를 표현하기에는 더나위 할 수 없이 좋은 테크닉이라고 생각한다. 2인칭을 이용함으로써 독자들은 등장인물에 더 집중을 하게되고, 자신들이 등장인물로 표현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싶은 호기심이 더해지기 마련이다. 더불어 독자의 존재가 작가에 의해 정의되며 생길 수 있는 답답함 혹은 나아가 불쾌함이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한테 감정적으로 이입하게 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인칭 서사라는 흔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이루는 서사적 신선함은 덤이다.

    위에 말했듯이 1980년 5월의 광주라는 주제가 많이 다루어 졌고 다루어지고 있지만 나를 포함한 이후의 세대는 그 참혹한 현실을 먼 역사적 해프닝으로 생각하기에 멈추기 나름이다.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인지하고 정치적으로 어떤 파동이 있었는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 당사자들의 심정을 진심으로 느낄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으로도 그럴수 없고 앞으로도 그러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의 소년 동호와 독자들을 이어주는 줄은 작가의 필력과 2인칭 스토리텔링이라는 탁월한 선택으로 끈끈해지며 그때의 광주를 정말 조금이라도 옅볼수 있는 문을 독자들한테 열어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동호의 이야기 다음으로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죽음을 직접 맞이하지 않고 지인들의 죽음을 겪으며 주관적으로 다가오는 첫 두 장 이후에 독자들과 좀 더 비슷한 모습으로 혼돈속에 친근하게 다가온다. 단지 1980년 5월의 광주를 소재로 다룬다고 이 책이 어떤 사실을 고발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이 책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그에 걸맞는 준비와 연구로 기반된 이 소설을 읽고나면 작가는 단순히 우리와 같이 손을 잡고 애도하고 싶어한다는걸 느낄수 있다.